찬혁은 이준이 언제 터질지 피쉬섭 레지 (피쉬 레지스토리) 모르는 화산 같아서 불안하다. 다른 때 보다 더 차갑고 냉정한 모습이지만 찬혁은 그가 짜증스럽고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는걸 느끼고 있다. 찬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이준을 찬찬히 살폈다. 어제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던 이준을 떠올리면 지금의 저런 상황을 유추해 내기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분명 문제의 발단은 그 더벅머리일 것이다.
<학교로 가자!!>
오랜 침묵을 깨고 이준이 불쑥 말을 꺼낸다.
<전화 넣을까요?>
찬혁의 말에 이준은 짧게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지연은 내일 있을 전공 시험 준비로 다시 도서관에 나왔다. 점심을 먹고 나자 나른해 지는 몸을 겨우 추스리고 책을 열심히 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같은과 친구인 영주가 다가와 어깨를 치며, 커피 한잔 하자고 제안을 한다. 너무나 졸려서 애를 쓰던 터라 기꺼이 영주를 따라 도서관을 나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로 음료수를 들고 나왔다.
영주는 자신이 그래도 행복하던 피쉬섭 레지 (피쉬 레지스토리) 시절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다니는 동안 소홀해진 친구다. 그래도 요즘 자신이 시간이 넘쳐 지루해 하고 있을 때 꼭 다가와서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해주어 지연은 고맙기도 하였다.
<별루.......><뭐야? 천하에 한지연이 엄살은........>
그늘아래라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연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 시원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어? 저사람 아직도 있네.....>
영주의 말에 지연은 무슨 소린가 하고 영주가 가르키는 곳으로 돌아 보았다. 학교 정문 앞에 어떤 남자가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보라색 긴 머리에 선그라스를 쓰고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이준이다. 저기서 썬탠하고 있는건가?
<아까 점심 먹고 들어올 때도 저기 있었는데........>
지연이 가슴이 심하게 뛴다. 전화도 없이 저기 저렇게 죽치고 앉아 있단 말인가? 분명히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근데, 피쉬섭 레지 (피쉬 레지스토리) 디게 멋있지?>
영주는 이준의 모습을 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마구 떠들어 댄다. 멋있다고?
<넌 저런 사람이 좋아?>
지연이 묻자 영주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자세히 더 자세히 보려는 듯 남자의 모습에 집중을 한다.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목까지 뻬고 볼건 뭐람! 지연은 영주의 모습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였다.
<왕 섹시하지 않냐?>
저 남자가 섹시하다고? 하긴 많이 밝히는 놈이기는 하지....
<오렌지 같지 않냐?>
지연은 한껏 이준을 비아냥거리며 영주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도 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니? 저런 사람이랑 연애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도대체 저기서 뭘 하는거지? >
영주의 한탄 섞인 한숨에 지연은 영주를 다시 돌아 보았다. 신입생 시절 그 청순하고 순수함은 어디로 가고 저런, 무지 막지한 놈을 보고 연애를 하고 싶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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