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야 추노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살아숨쉬는듯한 각각의 캐릭터들이 엮어내려는 큰 그림이 어떤 것인지 손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몸매를 드러내고 화려한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중한, 그리고 조금은 오묘한 노림수를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이죠. 과거를 보는 것으로 현재를 보고, 사람의 삶을 보면서 세상 이치를 깨닫는 즐거움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요? 하지만 추노가 보여주는 진정한 재미는 이런 선정성과 숨 가쁜 추격전이라는 교묘한 위장술을 벗기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구도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여전히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럴 가치가 있어요.
뭐가 그리 어마어마하냐구요? 이들의 삶은 모두 어딘지 모르는 어색함과 기묘한 배신의 코드를 안고 있습니다. 양반이었던 도련님 대길은 이제 어느 시정잡배보다도 더 악랄하고 상스러운 악질 추노꾼이 되어있습니다. 반면 언년이라는 한낮 몸종에 불과하던 혜원은 행동도 자태도 영락없는 귀인으로 변신해버렸죠. 그 강조점이 지나치다보니 이다해는 뽀샵 얼굴에 하늘거리는 소복 차림으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 의도 자체는 매우 선명합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어떤 양반보다도 더 기품 있고 경우 있는 이상화된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죠. 그들이 출발했던 출생의 신분과 현재의 모습이 이다지도 달라진 관계의 역전, 추노의 코드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그 시대, 그 신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 혹은 편견 자체가 뒤바뀌는 이미지 배신을 겪게 되는 것이죠.
이런 배신과 이미지 역전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면모를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훈련 군관에서 해임되어 노비 신세로 전락한 송태하의 결의와 충심은 관복을 입은 그 누구보다도 곧고 바릅니다. 무관 시험에 연거푸 낙방했다던 최장군은 이름과 같은 영락없는 장군의 풍모이고,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 그 험한 경험과 암울한 시절을 보낸 설화는 추노에서 가장 밝고 명랑한 인물이죠. 육신은 추하고 사람들은 무시하지만 따스하고 고운 마음을 품고 있는 철웅의 처 이선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노의 사람들 자체를 보여주는 상징과 다름없죠.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껍질과 다른, 그리고 자신과 대비되는 인물을 마치 거울 앞에 선 것 마냥 하나씩 쌍으로 가지면서 서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을 벌입니다.
대길과 혜원은 시간과 함께 변한 자신을 바라보고 태하와 황철웅은 대의와 양명의 길에서 엇갈립니다. 같은 추노꾼이지만 대길과 천지호는 인간 본연에 대한 연민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철웅과 최장군은 관복의 유무와 성정 사이의 괴리를, 좌의정 이경식와 그의 딸 선영은 껍질과는 다른 진정한 사람의 가치를 비교합니다. 같은 사람을 마음에 품은 혜원과 설화는 과거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삶을 표출하는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고, 양반을 죽여 세상을 바꾸려는 업복이와 혜원의 오라버니로 거간꾼으로 자수성가한 큰놈이는 신분의 한계를 벗어나는 다른 해결 방식을 제시하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찾으면 찾을 수록 이 사람들의 관계는 대립과 비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과 배반을 강조하고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하나의 줄기찬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어떤 메시지냐구요? 바로 허울, 허식에 둘러싸여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문란하고 일그러진 세상사의 삐뚤어진 모습이죠. 양반이 양반답지 못하고 무관이 충심을 잃어버린, 출신과 신분이 그 인물을 정당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천하고 추하다 비난받고 천대받는 이들의 삶이 오히려 빛나고 반짝이는 이 배반. 이것이 추노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일관된 코드입니다. 단순하게는 조선 사회 이면의 추악함을, 좀 더 길게는 우리네 세상사가 보여주는 허상과 허영의 무상함과 가치 없음을 꼬집고 있는 것이죠. 이들이 숨 가쁘게 잡기위해 쫒고 찾아 헤매는 것은 결국은 우리 안에 있는 진정한 본질, 껍질을 벗겨낸 맨 얼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을 바로 기분 좋은 뒤통수, 즐거운 배반이라고 해야 할 거예요. 하긴 이런 숨겨진 의미 역시도 추노를 포장하고 있는 화려하고 선정적인 껍데기를 벗겨내야만 볼 수 있는 가치와 재미이기도 하니 추노라는 드라마 자체가 이런 큰 모순 덩어리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밤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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